[소립자]를 읽는다. 조금 늦게 읽는다. ‘늦게’라는 건 열일곱의 연인이 그때 이미 품었던 책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닥 아쉽지는 않다. 내겐 지금이 적기다. 그런 느낌이 있다.
그때의 연인과 지금도 다정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건 전적으로 걔 덕이다. 예쁘고 다정하게 수줍지도 않게 늘 당당한 발걸음. 여름, 작아지고 작아져서 점이 될때까지 응시했던 먹먹한 바다. 치근대던 시선들과 그때 내가 느낀 모멸감까지 생생하다.
걔는 걔답게 나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그런 환경에서 그럭저럭 잘 살아 있다. 바람, 아침, 봄 냄새 같은 것들을 맡으며. 이런 봄날이면 그립네. 뱃속가득 차오르던 설렘, 불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