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 좋아하는데 다니엘 크레이그 나오고부터는 왠지 본 적이 없어서 [스카이폴] 보기 전에 [카지노 로얄]부터 봤다.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좋은건지 뭐였는지 모르겠는데 아 에바그린. 손가락 운운할 거였으면 손가락 클로즈업이나 좀 변태같이 잡아주지. 그런 게 좀 아쉬웠고.
[Beck]을 다 보고. 저녁부터 내내 볼륨 키워 이것저것 듣고 있다.
좋아하게 되는 것들,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정해져 있다.
종일 집에 있다가 쓰레기 내놓으러 나갔는데 4개월쯤 되어 보이는 길고양이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밤은 맑고 가로등 채도가 좋았다. 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좀더 좋은 카메라로 좀더 가까이에서 찍고 싶었는데. 집에 살아있는 고양이들을 생각해서 참았다. [밀레니엄]의 고양이 시체가 생각났고. 아무렇지 않은 기분이었다. 으깨지지 않아선가. 귀엽다고까지 생각했다.
덕분에 내일은 미뤄뒀던 세탁을 맡기자. 그래.
나는 도저히 내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정체화하게 되진 않는다 내 기준에서 그건 아주 불온하다 정말 불온하다 모든 동물을 사랑해야만 할 것 같잖아
레즈비언은 별로 나쁘지 않다 여자를 좋아하는 건 뭐랄까 ‘일반적인’ 현상이라 취향의 넓이가 허용되니까. 게다가 나는 꽤 적은 퍼센트의 여자사람들에게 말고는 상당히 관대해질 수 있다.
가장 쉬운 건 소위 립스틱 레즈비언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애들이 싫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싫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내가 싫다.
그저 좀더 질높은 섹스를 원할 뿐이다. 어느모로 봐도 예쁜 사람과 즐거운 섹스.
목표를 여기에 두면 관계의 많은 부분이 엄청나게 쉽게 정리되어 버리는데. 이미 그런 삶을 사는 예가 너무 가까워서. 그것도 좋아 보이진 않아서.
안녕. 안녕. 안녕. 분노 비슷한 것이 울컥울컥 차고 넘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는 있다.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가질 수 있을까는 모르겠다.
캐스커 - 나쁘게
학기가 시작되고 피로도가 누적되고.. 가장 곤란한 건, 눈이 아프다. 이러다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먹는 게 있다. 그런 날엔 어쩔 길 없이 음악을 하겠다고. 쓸데없이 비장한 것 같지만 어쩌겠어. 진심이다. 점점 안경이나 렌즈나 끼고 있기가 버겁다.
연인이 바쁘다. 날씨가 좋다.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울이, 내 비루함이 밝아오고
지쳤다. 나는 그저 낮에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옷들이 낡아가서 불만이다. 신발이 해져가서 불만이다. 연필은 왜 짧아지는지. 쓰던 공책을 왜 영원히 쓸 수 없는지. 바보같기만 한 내..
맥락과 자율성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 어려운 문제라는데 대체 뭐가 어려운질 모르겠다. 가만히 세상을 들여다보면 이론들 같은 건 쓸데없이 어려운 공상 같고 사실은 어쩐지 음모일 것만 같고.
1979년에 만들어진 백원짜리 동전을 집어들고 잠깐 바라보았다.
웃긴 얘기지만, 고등학교 때가 제일 좋았다. 그 때도 어렴풋이 그렇게, 그럴 거라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계속해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본다. (지금은 사실 꽤 비슷하다. 그렇다고, 곁에 있는 이들에게 말은 어쩐지 못했다.)
수업에서 좀 섬뜩한 얘길 들었다: 모든 걸 적응의 관점에서 보면 그냥 다 그러려니 하게 된다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어쩐지 탁한 눈빛이 싫었다. 와 나는 어쩐지를 지금 몇 번이나 쓰고 있는 거지. 그럼에도 남는 호기심이란 건 결국 좀 저열한 것이지 않나. 고고한 사람들이 그립고.
그랬다.
어쨌든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는 게 나쁘진 않고. 계획은 없다. 하고싶은 것들은 죄다 못하게 되었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 버렸다. 만족하자. 울면서 쓴다.
일기
나는 오늘
impossible / not to communicate 를
impossible not / to communicate 로 듣고 멍하게 감동했다.
내 방식이 어떤 식으로는 나쁘다는 걸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마음에 들고,
이런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
쉬운 것들은 쉽다
불가능한 것들은 있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을.
예전에 너무 할 일이 없어 소라넷 소설방에서 아무거나 클릭했는데 공교롭게도 몰입이 대단해서 몇십편 되는 걸 후르륵 다 읽어버린 적이 있다. 인터뷰 영상을 보고 있자니 문득 갑갑해서(문학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자기혐오 같은 것 때문이겠지) 갑자기 그 글 생각이 났다. 필자 말론 자긴 글같은 거 써본 적도 없고 그냥 있었던 일 위주로 쓰는 거라고 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과장이 하나도 없이 하드보일드한 서술이었는데 소재가 과격한 탓도 있었겠지만 정말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내 어쩌구 하는 결혼판타지의 완성 같은 이야기였는데 서스펜스가 있고; 사건 진행이 촘촘하며 뭐 하나 허술한 구석이 없었다. 완결된 걸 보지 못했는데 그 지면에서 그리 인기를 누리진 못한 것 같고.. 제목도 필명도 기억나지 않아 다시 찾을 수가 없다. 이 아쉬움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기억을 미화시켜서 더 그립게 하는지도 모르지.
다른 얘기. 슈스케 틀어뒀다가 이승철이 밴드는 희한하게 꼭 수준 똑같은 애들끼리 모이더라, 말해서 뜨끔.
2008년에 나온 황정은 소설집을 읽고 있다. 근작들에 비하면 습작의 냄새가 풀풀 나기 때문에. 적잖이 괴로운 부분이 많다. 그 외에도, 접하고 있는 것들이 죄다 어딘가 모자란 것들이다. 요즘은 그렇다. 흠집이 몇개 없는 완제품의 흠집을 탓하는 게 무척이나 재미가 없다. 흠결이 마치 무늬처럼 이어지는, 그럼에도 추진력을 갖고 적당한 정도의 성공을 거두며 나아가는 것들에 매혹되어 자꾸만 바라본다. 어딘가 모자란 듯한 이야기들이 좋아서, 보는 웹툰을 매일매일 늘려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내 못난 점들에 대해 자꾸자꾸 생각한다. 처음의 날카로운 충격이 무뎌 없어질 때까지 자꾸만 생각한다. 나는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안될거야. 안될거야. 그러다 보면
안 되어도 상관없지 뭐. 하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편하진 않다.
실은 내 능력치나 상황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자기평가가 냉혹해진 것 뿐이다. 섣부른 희망으로 퉁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노력한 게 없으니 좌절할 일도 없다.
노력, 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적어놓고 보면 늘 뻔해서 이 역시 기분좋지 않고.